의학적으로 증명된 관계의 힘
많은 부모가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이젠 다 컸으니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도 들지만,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연구들은 성인이 된 자녀와의 건강한 관계가 정서적 안정, 스트레스 조절, 심지어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1. 지지적인 말 한마디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성인 자녀도 여전히 부모의 인정과 지지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부모의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됩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지지적인 언어와 태도는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고 우울증, 불안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1.
예를 들어, “항상 너를 믿는다”,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다” 같은 말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자녀가 안정감을 느끼는 데 기여합니다.
2. 경청은 부모 자녀 관계의 핵심
성인이 된 자녀와의 소통은 ‘조언’보다는 ‘경청’이 중요합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진심 어린 경청은 관계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자녀가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않고, 판단 없이 들어주는 자세는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고, 자녀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습니다2.
3. 개인 공간을 존중하되, 연결은 유지하라
성인 자녀가 독립적인 삶을 사는 만큼, 부모는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리감이 지나치면 정서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UC 버클리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적절한 빈도로 연락을 유지하고,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때 관계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3.
‘지나친 참견’이 아닌 ‘따뜻한 관심’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안부를 묻는 문자, 자녀의 관심사에 대한 진심 어린 질문은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4. 부모의 삶을 꾸준히 살아가는 모습이 자녀에게 긍정적 모델이 된다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의 삶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연세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자아실현을 추구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수록 자녀는 더 독립적이고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삶을 살게 됩니다4.
자녀를 위해서만이 아닌, 부모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오히려 자녀에게 귀감이 됩니다.
5. 자녀의 건강을 은근히 챙기는 행동도 도움 된다
성인이 되어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적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건강 관련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거나, 건강검진 등을 권유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단, 강요보다는 “나는 이런 검사를 받았는데 도움이 되더라”는 식으로 간접적인 접근이 좋습니다.
2020년 대한가정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가족 내 건강 정보 공유는 예방적 건강행동 실천률을 30% 이상 높인다고 보고했습니다5.
부모 역할의 재정의
성인이 된 자녀에게 부모는 더 이상 ‘통제자’가 아닌 ‘동반자’입니다. 감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삶을 나누며, 때로는 조용히 바라봐주는 것이 성숙한 부모 역할입니다. 의학과 심리학은 그런 태도가 자녀뿐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여전히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